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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의 철학

by 킴사르 2025. 3. 21.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의 철학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제가 현역 시절 수많은 강의에서 인용했던 철학적 사유이며, 그녀의 깊은 성찰이 녹여진 인간적 사상입니다.

어제(3월19일) 이스라엘이 휴전 두 달 만에 가자 지상전을 재개했고 이로 인해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최소 436명이 사망하고 678명이 다쳤으며, 사망자에는 어린이 183명과 여성 94명이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픈 일입니다.

그들은 그저 일상을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어떠한 이유로라도 전쟁이라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일까요! 한나 아렌트의 철학이 너무나 생각이 납니다.

한나 아렌트는 누구인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독일 태생의 유대인 철학자로, 전체주의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상가입니다.

나치의 피해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독일의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여 다양한 철학적 저술을 남겼으며, 특히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에서 논의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켰 며, 지금까지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 철학자 이미지
한나 아렌트 철학자 이미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악의 평범성

 

아이히만 재판과 한나 아렌트의 관찰

1961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재판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이히만은 나치 독일의 장교로 유대인 강제 이송(600만 명 학살)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뉴요커지의 특파원으로 아이히만 재판과정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고 내용을 정리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극악무도한 괴물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렌트는 그가 특별히 잔인하거나 사악한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아이히만은 단순히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러한 태도는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루살렘 이미지

 

'악의 평범성'이란 무엇인가?

악의 평범성이란, 악이 특별한 악인(惡人)에 의해 자행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무사유(無思惟, thoughtlessness) 속에서 시스템에 순응하며 저지를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악'을 일상처럼 성실하게 반복함으로써 윤리관이 무뎌져 악에 이용당하고 나아가 악을 돕는 관성의 폐해를 지적한 말입니다.

유대인 이미지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괴물'이 아닌 '평범한 관료'로 묘사하며, 그가 유대인 학살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무사유(Thoughtlessness)'에서 찾았습니다. 아이히만은 극단적인 이념에 사로잡힌 광신도가 아니었으며 평범한 관료로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고 면죄부를 줄 수는 없었으며, 아이히만이 저지를 전대미문의 악은 '무사유'로부터 유래되었다는 결론으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아렌트는 이러한 무사유가 악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아이히만은 자신이 맡은 일을 단순한 행정 업무로 인식했으며, 자신이 행한 일이 윤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렌트는, 비극적인 역사의 책임이 극소수의 사악한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사유 상태에서 구조적 악에 가담한 대중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무사유'와 전체주의

 

무사유란 무엇인가?

무사유는 단순한 무지나 지적 능력의 부족이 아닙니다. 아렌트는 무사유를 깊이 사고하지 않는 태도, 즉 비판적 사고 없이 사회적 흐름에 따라가는 태도로 정의했습니다. 무사유 상태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윤리적 결과를 고려하지 않으며, 단순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렌트는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했을 악이 발생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아이히만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고주어진 명령을 맹목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 '순전한 무사유', '사유의 불능성' 그 중에서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에 책임을 부과하며 유죄를 선언했던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자신에게 부여되었던 상부의 명령이 유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유대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수행할 임무가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성찰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은 타인의 관점에서 사유할 능력이 없었기에 의지도 판단도 없었으며,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유의 불능성으로 인해 유대인의 이주는 평범함 사건이 되었고,
사람들은 '인종청소'를 아무런 사유없이 '상식' 수준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악'을 평범하게 만들었습니다.

 

■ 전체주의 사회에서 무사유의 위험성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무사유가 더욱 위험해집니다. 독재 정권은 개인에게 사고할 기회를 주지 않고, 체제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만듭니다.

나치 독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히만처럼 단순히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논리를 내세웠고, 이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대규모 범죄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가 단순한 정치 체제가 아니라 개인의 사고 방식까지 억압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잃으면, 국가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비판 없이 따르게 되며, 이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논쟁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출간 당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렌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 아이히만 변호 논란: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평범한 관료'로 묘사한 것은 그의 범죄를 축소하고 변호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 유대인 지도부 비판 논란: 아렌트는 유대인 지도부가 나치와의 협상을 통해 일부 유대인을 구출하려 했던 행위를 비판하여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 '악의 평범성' 개념 비판: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은 악을 너무 단순화하고, 개인의 책임을 간과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악의 평범성'의 현대적 의미

 

현대 사회에서의 악의 평범성

오늘날에도 아렌트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관료주의, 기업 문화, 그리고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의 역할이 점점 기계적이고 규격화되는 현상은 무사유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 내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정책이 시행될 때, 구성원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단순히 지시를 따른다면 그 정책은 비윤리적인 상태에서도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정보 과잉 속에서 사람들은 비판적 사고 없이 정보를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가짜 뉴스, 선전, 여론 조작 등의 문제를 악화시키며, 결과적으로 무사유를 부추기게 됩니다.

현대 사회 사람들의 비판적 사고 없이 단순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이미지

  • 시스템 속 개인의 책임: 현대 사회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개인은 시스템의 일부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아렌트는 시스템 속에서 개인의 책임을 묻고,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기술 발전과 인간의 무사유: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아렌트는 기술 발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경계하고, 인간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전체주의와 개인의 자유: 아렌트는 전체주의 체제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간을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다양한 형태의 권력에 대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

아렌트는 인간이 단순한 시스템의 부속품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도덕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우리는 사회적 압박이나 시스템적 강요 속에서도 윤리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의 철학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철학, 특히 악의 평범성과 무사유 개념은 단순한 역사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사상입니다. 우리가 전체주의와 같은 거대한 억압 시스템을 거부하고, 진정한 자유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고하고, 권력을 비판하며, 도덕적 책임을 다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렌트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사유'란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권리'가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만 할 '의무'라고 강조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아렌트가 지적했던 것처럼 언제든지 아이히만이 될 가능성에 노출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아이히만이 저지른 악, 즉 무사유로 인한 악이 도처에 생겨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은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아렌트의 경고를 기억하며, 비판적 사고와 도덕적 책임을 통해 악의 평범성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러므로 인류에서 전쟁은 멈추어져야 하며 또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함을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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